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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컨글로머레이트 451 리뷰

플레이해본 게임에 대한 글을 쓴다면 대개 첫인상과 후기 두 가지 정도로 나눌 수 있을 것 같다. 사실 나는 글재주가 부족한 탓에 본격적인 후기는 거의 쓴 적이 없고, 가벼운 첫인상에 대한 감상이 99%라고 볼 수 있다. (플랫폼은 대개 트위터)  이런 활동에는 작은 숨은 목적이 하나 더 있는데, 바로 첫 인상과 엔딩을 보고 난 후의 평가가 일치하는지 비교해 보는 것이다. 물론 사람의 판단이라는 것이 첫인상과 편견에 지배된다는 것을 생각하면 부질없는 노력인 것 같기도 하지만.

어쨌든 트위터에 단편적으로 올리는 글은 – 아무도 안 본다고 전제하더라도 – 너무 정보로서 가치가 부족하고, 휘발성도 심하기 때문에 어느 순간부터 가급적 블로그를 이용해야겠다고 결심하게 되었다. 이 글은 그 결과물 1호로, 아마 트위터에 올리는 글과 형식과 분량 면에서 대동소이할 것으로 예상된다.

첫 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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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위기는 꽤 그럴 듯 하다

복합 기업, 복합체 (우리 말로 하면 문어발 기업?) 451이라는 어렵고 독특한 제목의 게임이 내 흥미를 끈 것은 당연한 결과다. 그리드 던전 크롤러에 사이버펑크의 조합! 이 게임은 힘든 시기 나와 함께해줄 든든한 comfort/soul game이 되어 줄 것이 분명하다…라고 생각한 과거의 나는, 이 게임이 (early access 게임은 사지 않는다는 나름의 원칙에 따라) 정식 출시되자마자 서둘러 구입했다. 하지만 다행히도 당장 개인적으로 힘든 시기가 닥쳐오진 않았고(사회적 거리 두기 시국이긴 했으나 거리란 것은 애초에 대상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다른 게임을 플레이하던 도중( 플래는 포기했다)이라 구매 후 2달이 지나고서야 겨우 설치와 실행을 해 보게 되었다.

환불… 해야 하나…?

게임을 켜고 처음 든 생각은 아 그동안 너무 잘 만든 게임만 해서 눈이 너무 높아졌나…? 두 번째 든 생각은 내가 생각했던 게임과 완전히 다른데…? 였다. 생각했던 것과 다르다는 것은 사실 마음에 안 든다는 뜻이고, 이렇게 된 이상 어떤 점이 마음에 들지 않는지 곰곰이 따져보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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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의 세팅을 설명하는 오프닝

이 게임을 한 마디로 설명한다면 그리드 던전 크롤러에 식 퍼마데스 성장 요소를 조합한 게임이다. 3명의 클론으로 파티를 구성해 임무를 수행하며 도중에 사망하면 결과는 영구적이다. (세이브/로드 기능이 아예 없다) 레벨 개념이 없는 대신 진행하면서 새로운 출신, 돌연변이, 사이버웨어 등이 점차 개방되어 더 강력한 클론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이런 과정을 스토리 모드의 경우 총 45주로 시간이 제한되며 이후 엔딩을 볼 수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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튜토리얼에서부터 죽인다

나는 게임을 살 때 매우 신중한 편이라 이런 특징들은 이미 파악한 상태였기에 자신만만했다. 하지만 복병은 의외의 장소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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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위 장소에서 인터랙션 가능한 대상 2가지를 찾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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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은 위와 같다. 어지간해선 구별해낼 수 없을 정도로 아주 위화감 없이 자연스럽게 배경에 녹아 들어가 있다. 그뿐 만 아니다. 다음 이미지에 나오는 것들을 보자. 모두 그냥 ‘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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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의 분위기(?)를 위해 어포던스가 크게 훼손되었음을 알 수 있다. 개발자도 이를 깨달았는지 인터랙션 대상 위에는 추가 아이콘을 표시해주고 있다. 하지만… 주객이 바뀐 게 내 경우 익숙해져서 대부분의 저런 비싸게 그렸을 배경을 아예 ‘무시’하고 UI에 의존해 진행하기 전까지 가까이 다가가 일일이 확인해보는 시행착오를 거쳐야 했다.

더 불만스러운 것은 처럼 개발자가 어떤 세계나 공간에 대한 구체적 구상을 갖추고 이를 표현하려 한 것이 아니라, 그냥 매체들에서 얼핏 본 그럴듯해 보이는 이미지를 나열할 뿐이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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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아래는 이 게임의 초반 성장이자 주요 성장 요소 중 하나인 SPU 장착 화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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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이 ‘시리얼 넘버’로 되어있다… 게다가 특징이 명확한 것도 아니고 어느 파츠에 장착하느냐에 따라 제멋대로 다른 효과를 낸다. 아이템으로서 개성이 전무하다. 아니 그 이전에 뭐가 뭔지 구분하기가 불가능하다. 힘겨운 전투를 마치고 저런 걸 주우면 심드렁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바로 장착도 할 수 없어서 (본진에 돌아와야 가능) 임무 진행 중에는 성장이 전혀 없는 셈이다.  무기나 실드 같은 장비나 스킬은 출신(background, 클래스)에 따라 정해져 있는데, 그마저도 출신 별 차이가 크게 체감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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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센스는 돌연변이에서도 일관되게 유지된다. 혹시나 해서 저 돌연변이 이름들 사전까지 찾아봤다.  모두 존재하지 않는 이름이다. 꼭 현실에 있는 돌연변이 증상을 써야 하나? 장애인 비하가 될 수도 있는데? 당연히 현실의 장애 명을 쓸 필요는 없다. 하지만 특성으로서 저 이름들은 봐도 아무것도 연상되지 않는다. 그럴 거면 옆에 아이콘은 왜 그려 놓은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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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클론의 아이덴티티 부분이 있다. 배경별로 오리지널 캐릭터(?)가 있고 해당 배경의 클론은 모두 기본 외형이 같으며(타투 정도만 바꿀 수 있다) 기본 이름도 ‘(오리지널 캐릭터 이름) ID숫자’ 이런 식으로 부여받는다. (변경 가능) 이렇게 되면 저 ‘디안드라 주드’라는 사람이 대체 누구인지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는 동시에 뭔가 쓸만해 보이는 내러티브 기회가 엿보이지만 사용되지 않았음에 아쉬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예를 들면, ‘아마 나는 세 번째라고 생각해’ 같은) 뭐 세계 표현이 이런 수준인 게임에서 너무 큰 기대일 수도 있지만, 그럴 의도가 없다면 차라리 이나 처럼 무작위 외형과 이름을 선택하게 하는 방법도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환불했나?

플레이 타임 2시간 시점에 스팀 환불 페이지에서 5분 정도 고민한 뒤 나의 선택은 ‘일단 끝까지 해보자’로 나왔다. 던전 크롤러/사이버펑크에 대한 내 애정이 이렇게나 크구나라는 것을 새삼 느끼며 … 엔딩을 본 후 바뀐 감상이 있다면 업데이트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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