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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Hades 리뷰

 

트위터에서 호평이던 를 에픽 세일로 뒤늦게 구매했다. 사실 사기 전 쓸데없는 고민이 있었는데 바로 아직 Early Access 단계(이 글은 쓰는 시점의 버전은 v0.27191)라는 점이다. EA 게임을 사지 않는다는 원칙에 사실 별다른 이유는 없고 미완의 플레이 경험에 시간과 돈을 쓰는게 싫은 것. 여러모로 살펴본 결과, 하데스의 퀄리티는 충분한 수준이라 판단되었고 마침내 (쿠폰 기한에 쫓겨) 구매를 선택했다.

제작사 Supergiant의 게임은 과 를 해 봤는데 꽤 인상적이고 취향에 맞는 내러티브 스타일이 인상적이었다. 구체적으로 어떤 점이었는지 기억을 더듬어 보면 나레이션의 활용(나의 행동에 대해 부연 설명이나 의미 부여) 그리고 이 나레이터를 플롯에 활용(그렇게 시스템 요소인 줄로만 알았던 나레이터가 사실은 플롯의 일부)한다는 것이 꽤 독특하게 느껴졌던 것 같다. 하데스에서도 비슷한 분위기로 주인공이 나레이터에게 말을 건네는 장면이 있다. 아직 플롯은 많이 진전시키지 못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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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 출연: 에서 존재감을 발휘했던 ‘칼’

로그라이크의 레드오션

게임의 로비에 처음 들어가서 느낀 것은 (구성이 독특한데 우선 1회 플레이를 하고 사망하면 로비에 처음으로 오게 된다) ‘앞으로 로그라이크 만들기 쉽지 않겠구나…’ 였다. 단순히 죽으면 돌아와서 업그레이드하고 다시 출발하는 장소가 아니라 정성스럽게 꾸민, 돌아다니고 구경하는 재미가 있게 만들어진 공간이었다.

로그라이크가 에셋이나 컨텐츠의 재활용성이 높고, 그래서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 제작이 가능하다고 하는 건 옛날 얘기가 된 것이다. 이제는 리니어 게임에서 공간에 배분할 컨텐츠를 시간에 배분할 뿐, 들어가는 비용은 별 차이가 없으며 오히려 같은 공간에서 계속해서 새로움을 주기 위해 더 많은 노력과 고민이 필요해 진 것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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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공간은 하데스와 주인공의 관계를 보여주는 환경적 내러티브로 구성되어 있다(고 추측)

팝컬쳐 신화: 새롭진 않지만 유효한 조합

하데스에서 주인공 자그레우스는 전형적인 10대 반항아로, 권위적이고 일밖에 모르는 아버지와 그의 왕국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지상으로 탈출하려 하는 것이 이 게임의 핵심 내러티브이며,  능력을 줄 때마다 등장하는 여러 신도 미드 뺨치는 현대적이고 개성넘치는 대사를 던진다.

대중 문화에서 고대 신화를 소재로 한 내러티브가 진중한 가면을 벗어 던진지는 벌써 오래 되었지만 여전히 어디서 어떻게 쓰이느냐에 따라 효과적일 수 있다는 것을 실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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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그라이크의 나아갈 방향?

누적 성장이 있느냐 없느냐로 로그라이크와 라이트를 나눈다는 기사도 본 적이 있지만, 장기적 동기 측면을 고려했을때 누적 성장이 아예 없는 게임은 요즘 찾아보기 힘든 실정이라 의미있는 것 같진 않고, 내가 주목한 것은 그보다 랜덤 생성된 컨텐츠의 다양성이나 랜덤 성장을 통한 세션 플레이의 다양성 측면이다. 먼저 위키피디아에서 로그라이크 항목을 정의하는 key features를 찾아보았다. 그 중 다음과 같은 항목이 있다.

“(로그라이크) 게임은 다수의 게임 시스템을 통해 플레이어에게 특정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여러가지 수단을 제공하여 창발적 게임플레이를 창출하며 상당한 복잡도를 갖는다. (The game has a degree of complexity due to the number of different game systems in place that allow the player to complete certain goals in multiple ways, creating emergent gameplay.)”

내가 기억하는 로그라이크는 위 설명에서처럼 세션 플레이 내에서 무엇을 얻느냐(선택하냐)에 따라 플레이 스타일이 천차만별로 바뀔 수 있는 게임이다. 그리고 그런 가능성을 제공하는 핵심에는 어떤 무기(장비, 스킬)든 클래스에 상관없이 나오는대로 쓸 수 있다는 일반 RPG와는 상당히 다른 특징이 존재한다.

최근 경험한 로그라이크 게임 중 이 정도의 자유도를 제공한 케이스는 , 정도였고, 나 이번의 하데스는 이 측면에서는 상당히 제한적이다. 우선 무기는 세션 플레이를 시작하기 전에 미리 선택하며, 세션 내에서 얻는 파워도 대부분 기본 스킬을 강화하거나 패시브 효과를 얻는 수준. 다양한 플레이 스타일을 경험하기 위해 세션을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이번 판에는 좀 더 잘 크기’를 기대하며 세션을 반복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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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백히 무한의 반복을 즐기기보다 시행착오를 반복하며 엔딩에 도달하는 것을 목표로 제시하는, 좀 가혹하게 표현하면 플레이타임을 늘리기 위해 로그라이크 요소를 도입한 핵앤슬래시 게임에 가깝다는 느낌이 든다. 그런데 요즘 나오는 게임이 대체로 이런 수준의 로그라이크 요소를 도입하고 로그라이크 장르로 인정받고 있는 것을 보면, 이것도 일종의 장르의 진화가 일어난 결과일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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