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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아우터 월드 리뷰

는 처음 처음 공개 영상으로 접했을 때부터 그다지 좋은 인상을 받지 못했다. 키치적인 1세대 스페이스 오페라를 재현한다는 아트 취향도 맞지 않았고 정적인 대화 연출이나 FPS인 척하는 RPG 전투 메커닉도 시대에 뒤처져 보였다.

출시 8개월여가 지난 지금 에픽의 무제한 쿠폰 살포의 힘을 빌려 구매하긴 했지만, 만약 달리 할 만한 싱글 게임이 남아있었다면 아마 더 뒤로 미뤄두었을 것이다.

트레일러가 첫인상이었다면 이번이 두 번째 인상 정도가 되는 셈인데, 다행인지 불행인지 아직까지 크게 잘못 본 것 같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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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이 나쁘다는 생각은 별로 들지 않지만, 플레이를 하다보면 어딘가 표면적인 화려함 뿐이라는 느낌을 받는다.

메커닉

뉴 폴아웃 게임 메커닉에 대해서는 특별한 설명이 필요하진 않을 것 같다. 게임 브레이커에 가까웠던 VATS를 시간 확장(Time Dilation, 뷸렛타임)으로 고친 정도가 끝이다. 그 외에 소소하게 변화를 시도한 몇몇도 후하게 평가해 주기는 어렵다.

우선 attribute는 캐릭터 메이킹 때에만 수정할 수 있고, 이후 상승하지 않고 리스펙을 해도 초기화되지 않는다. (왜?)

레벨업으로 얻는 skill point는 50점까지 각 상위 category에 할당할 수 있고 그 이후 각 skill에 할당 가능하다. 그런데 하위 skill 점수는 attribute에 따라 각각 다르고, 어쨌든 50에 도달해버리면 상위 category에 포인트를 할당해도 상승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하위 skill 하나가 50에 도달한 시점에서 category 내의 50 이하 다른 skill을 개별적으로 올릴 수 있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결국 category 내 모든 skill이 같은 수치가 아닌 한 포인트를 손해 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왜?x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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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Medical이나 Engineering을 더 올리는 방법은 TECH에 7점을 더 넣는 수밖에 없다. 물론 이미 50이 된 Science는 더 이상 오르지 않는다.

perk은 딱히 이렇다 저렇다 할 감상이 없지만, base skill에 따라 개방되는 효과와 포지션이 겹쳐 서로 애매하게 나눠 먹은 결과 부실해진 느낌을 지울 수 없다. companion perk은 더더욱 마지못해 만들어 놓은 것 같고 호감도 같은 연계 메커닉이 있는 것도 아니다. flaw는 18레벨 도달할 때까지 발생하지 않아서 경험해 볼 수 없었다.

같은 장비라도 레벨 차이가 있고 tinkering으로 레벨을 올릴 수 있지만, 횟수에 따라 비용이 증가한다거나(결국 돈을 들여 레벨을 올리는 행위 자체가 극히 일부 아이템을 제외하면 의미 없음) 장착한 mod를 회수할 수 없는 부분도 시행착오에 관대한 요즘 트렌드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느낌이 들었다.

전투에서는 조준해서 약점을 노릴 수는 있지만 처럼 ‘여기 약점이다’하고 강조해 주지 않고 크게 신경 쓰지 않고 대충 난사해도 차이를 느낄 수 없다. FPS는 그야말로 껍데기만 남아있는 상황. 적의 배치나 레벨 디자인에서 은신 플레이가 전혀 고려되어 있지 않은 점도 아쉬웠다. science weapon도 unique의 수준이지 의 GLOO gun처럼 상황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다양성을 제공하는 수준은 못 된다.

reputation을 positive와 negative로 나눠 놓은 것은 좋지만 reputation를 변화시킬 수 있는 퀘스트의 수가 너무 적어서 결과를 체감하기 힘들었다. 기부나 선물하기 같은 반복 가능한 피쳐가 별도로 있는 것도 아니고…

내러티브

어느 모로 보나, 옵시디언이 혁신적인 메커닉을 선보이기 위해 이 게임을 만들지 않았다는 점은 명백하다. 게임은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고 게임만이 그 메시지를 ‘경험’이라는 포맷에 담아 전달하는 것이 가능하다. (매체에 담긴 메시지를 ‘테마’라고도 부르는 것 같다) 문제는 옵시디언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의 내용과 라는 게임의 형식이 잘 어울리느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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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이것이 스페이스 오페라다! 싶은 클리세적 광경을 자주 접할 수 있다

이나 라면 황무지에서 넝마를 모으고 장비를 꾸려 적과 싸워나가는 게임 플레이가 잘 어울린다. 하지만 존 카터나 렌즈맨 같은 고전적 스페이스 오페라에서도 그럴까? 마찬가지로 온갖 희한한 가치관이 난립하고 선악이 없는 멸망 후 세계라면 나만의 정의를 관철해가는 분기형 내러티브가 어울린다. 하지만 명백하게 신자유주의 비판을 작심한 내러티브라면 그런 선택지가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을까? 위트있는 내러티브를 ‘시도’한 것은 좋지만 기어박스 같은 위트는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만 확인되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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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트란건 뭐 이런 수준이다

나라면 스페이스 오페라라는 장르가 중요했다면 같은 우주 비행 시뮬레이션을 만들었을 것 같고, 메시지가 중요했다면 포인트앤클릭이나 텔테일식 어드벤쳐로 만들었을 것 같다. (의 도입부는 아우터 월드가 하려고 했던 것과 같은 메시지를 훨씬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결국 옵시디언은 색다른 시도를 하고 싶었지만, 그것을 그들이 유일하게 만들 수 있는 그릇에 담아내느라 어정쩡한 결과물이 나온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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