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게임

라스트 오브 어스2 리뷰

스포일러는 없습니다: 게임 스토리 내용에 대해 직접 언급하지 않습니다.

일전에 회사에서 높으신 분이 오셔서 ‘글로벌한 게임을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하면 되냐’라는 질문을 던지신 적이 있었다. 당장 답을 하라는 것은 아니고, 더 높으신 분께서 나 같은 말단에게도 불시에 그런 질문을 던지곤 하시니 미리 대비해 두라는 뜻에서였다. 그래서 생각했고 나름대로 답을 정했다.

‘정도를 원하신다면 경험에 집중하십시오.’ 내가 선택한 답은 이거였다. ‘전 세계 모든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경험이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 경험을 플레이어에게 온전히 제공하는데 게임의 모든 것이 맞춰져 있어야 합니다. 장르니 메커닉이니 모두 그다음 순위입니다.’

아마 더 높으신 분께서 원하시던 답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를 하면서 내 머리속에는 다시 한 번 그 답이 떠올랐다. 이 이상 대중 매체에서 자주 등장한 소재가 드물 만큼, 글로벌하면서 대중적인 테마. 그리고 그 특정한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모든 것이 얼라인되어 있는 게임.

Autonomy vs Immersion

게임에서 autonomy에 대한 정의를 찾다 보니 아래와 같은 표현이 나왔다.

A GAME PLAYER’S RIGHT TO MOVE PIECES, DRAW CARDS, AND GENERALLY RESOLVE GAME STATES AND MAKE CHOICES ON THEIR OWN, WITHOUT OUTSIDE ASSISTANCE

‘자율성’ 정도로 정의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좋은 얘기다. 플레이어가 게임에 수동적으로 임하는 것이 아니라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것은 중요하다.

그런데, 세상에 (현재까지의 기술력으로) 100% 능동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게임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어느 정도까지 능동성이 보장되고 나머지는 수동적으로 진행되어도 괜찮은 것일까? 좀 더 나아가서, 어떤 부분들에는 능동성이 보장되고 나머지 부분들에는 그렇지 않아도 되는 것일까? 최근에 플레이한 아무 게임이나 떠올려 보자. 어떤 부분에서 능동성이 보장되었나? 에서 다른 플레이어를 공격할 수 있는 자율성이 보장 되었나? 왜 그렇게 하지 않았을까?

내가 내린 결론은 게임이 전달하고자 하는 핵심 경험 부분에서는 수동적일 수 밖에 없고, 그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능동성이 보장되는 것이 일반적인 구성 방식이라는 것이다.

또 한 가지 언급하고 싶은 부분이 있다. 자율성이 있어서 좋은 점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중 가장 강력한 위력을 발휘하는 것이 바로 몰입감을 강화한다는 점이라고 생각한다. 게임 월드 내의 구성 요소와 현실에서와 같은 방식으로 상호작용하는 것은 어느 정도는 그 상황이 현실이라고 착각하게 만드는 기능이 있을 것이다.

는 그와는 사뭇 다른, 그리고 그 누구도 따라 하기 힘든 방식으로 몰입감을 제공한다. 바로 극사실적 표현이다. 캐릭터의 정밀한 표정, 피부 표현, 옷에 떨어지는 빗물, 전혀 눈치챌 수 없는 로딩, 서로 실명을 부르며 진형을 좁혀오는 NPC AI까지 그야말로 모든 요소가 ‘이래도 몰입하지 않을래?’ 식으로 융단 폭격을 퍼붓는다. 다양한 상호작용이 없더라도 몰입하지 않기가 굉장히 어렵다.

[IMAGE]
적을 어떻게 죽일지(말지)는 언제든지 선택할 수 있다

메커닉

눈을 뗄 수 없는 경험을 제공한다고 해서, 그 게임이 모든 면에서 완벽한 것은 아니다. 그래픽 측면을 제외한 시스템에서 는 전편에 비해 지나치게 발전이 없다.

우선 길 찾기가 너무 어렵다. 퍼즐 요소로 제시된 레벨 뿐 아니라 조금 넓은 지역에 가면 대번 길을 잃어버린다. 일부 붉은색 문이나 난간으로 표시해 주는 지점이 있긴 하지만 그야말로 일부 지역이고 나머지 레이더도 없고 맵도 못 여는 무수한 지역에서는 하염없이 L3 버튼 뜨기만을 기다려야 했다.

이 문제는 잠입 플레이를 하고자 할 때 더욱 두드러진다. 목표 지점을 모르는 상태에서 적을 피해 가는 경로를 택할 도리가 없고, 결국 전투로 통과할 수밖에 없다.

또, 물자 줍는 행위가 무척 귀찮다. 인터랙션 거리도 짧고, 보유 숫자를 극도로 제한해서 희소성을 부각하려는지 찾고 보면 대부분 얻을 수 없고 극히 일부만 쓸 수 있는데 그 일부를 위해 구석구석 뒤지고 다녀야 한다. 중요 업그레이드 자원(파츠, 서플)은 더더욱 나오는 빈도도 낮은데 특징적인 단서(독특한 색의 상자라거나)도 없어서 다 뒤지고 다니면서도 한 편으로는 항상 뭔가 놓치고 있는 것 같은 찝찝함이 들게 만든다.

자원의 희소성은 잠입 플레이를 하고자 할 때 더 문제를 만드는데, 바로 잠입이 가장 자원을 적게 소모하면서 레벨을 돌파할 수 있는 수단이기 때문이다. 정리하면 길을 못 찾아서 -> 전투를 해야 하고 -> 자원이 소모되는데 -> 자원은 희귀하다 -> 귀찮게 곳곳을 뒤져야 함 이런 흐름이 된다.

전투 메커닉에서 가장 감탄했던 부분은 역시 애니메이션인데, 피격 시 뒤로 다운되면서 그 상태로 계속 공격할 수 있게 한 점이었다. 굉장히 전투의 긴장감을 높여 주었다. 그 외에 combat accessibility 기능을 통해 온갖 전투 관련 파라미터를 조절하여 원하는 난이도로 세팅할 수 있게 제공한 점도 아주 인상적이었다. (그 외 모든 accessibility 옵션도)

[IMAGE]
감동의 combat accessibility 기능

내러티브

아직 절반 남짓 밖에 플레이한 것이 아니라서 (그렇지 않다면 첫인상이라고 쓰질 않았을 것이다) 내러티브 이야기를 하기는 조심스럽다. 스포일러 우려도 있고… 다만 내게는 지나칠 정도로 평범하게 느껴졌다는 감상만 언급하고 싶다. 주요한 플롯 전개는 다소 과하다 싶을 정도로 세심하게 복선을 깔아줘서 대부분 ‘역시 그랬군’ 하고 수긍하고 넘어갈 수 있는 수준이었다. 초반 강렬한 사건과 함께 이후 자유도 높은 진행에서 쓸 동기 부여 동력을 확보하는 것도 게임 내러티브에서 흔히 쓰는 기법이다. (매 챕터 끝날 때마다 재충전해주는 것도)

ㅁ 누르라는 데서 혹시나 해서 안 누르고 한참 기다려 봤지만, 분기는 역시 없었다. 이런 그래픽으로 만든 게임에 분기 넣으라는 것 자체가 무리한 요구이겠다 싶기도 하고…

마무리

마지막으로, 게임이 왜 자유로운 선택을 제공하지 않고 특정한 경험을 강요하는지 불만인 분들에게는 아래 게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보고 싶다. 내 생각에는, 게임이 다루는 테마의 범위는 더 다양해져야 하고, 당연하게도 우리 모두에게는 그 게임을 선택하지 않을 자유가 있다.

[IM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