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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고스트 오브 쓰시마 리뷰

는 첫인상을 쓰는 데 너무 오래 걸려서 결국 엔딩까지 보고 만 최초의 게임이다. 오래 걸린 데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게임이 워낙 매끄럽게 잘 만들어졌고 끊김없는 쾌적한 경험을 제공하느라 생각을 정리할 여유가 없었던 점이 가장 크고, 다음으로 여기저기에서 많이 언급되는 장점(아트, 스타일, 세련된 오픈 월드 구성 같은)이나 단점(고증 오류, 반복적 경험 같은)을 반복하는 대신 다른 오픈 월드 게임과 달리 관점에서 흥미로운 부분을 찾아보고 싶은 이유도 있었다.

생각의 발단은 처음 온천과 기념비를 찾고 나서였다. 왜 이렇게 쉽게 만든 거지? 찾고 인터랙션 하면 끝인데, 보통 미니게임이라도 넣지 않나? 두 번째로 비슷한 생각이 든 것은 전투였다. 자세는 왜 넣은 거지? 패리만 잘하면 필요가 없는데? 아니 망령 무기도 쓸 일이 없는데?

이런 멋진 게임을 만든 사람들이 아무 이유 없이 이런 식으로 게임을 구성했으리라고는 생각할 수 없어서, 내 나름대로 이유를 찾아보기로 했다.

오픈 월드 컬렉터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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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에서 오픈월드를 구성하는 컬렉터블이다.

  1. 주둔지
  2. 신사
  3. 여우굴 / 대나무 / 모자
  4. 온천 / 기념비 / 하이쿠

플레이를 해본 분이라면 아래로 내려갈수록 뚜렷하게 기대 노력과 소요 시간이 차이 난다는 것을 아실 것이다. 실제로 컨텐츠 소비에 걸리는 시간은 난이도에 따른 차이도 있어서 엇비슷한 경우도 있지만, 심리적 부담은 확실하게 줄어든다. 너무 짧고 단순해서 게임플레이로 볼 수 있을까 싶을 정도다.

만드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각 컬렉터블에 최대한 많은 시간과 노력을 쓰게 만들고 싶었을 것이고, 게임 페이스 상 하나의 컬렉터블에 들일 수 있는 노력이나 시간의 최대치는 정해져 있었을 것이므로, 각 컬렉터블이 최대치에 수렴하도록 디자인되는 것이 더 효율적이고 자연스러운 결과였을 것이다. 하지만 는 이를 일부러 체감될 정도로 차이 나는 여러 단계로 나눠 두었다.

이렇게 심리적 부담이 현저하게 차이 나는 컨텐츠를 편리한 즉시 이동 기능과 함께 오픈 월드에 뿌려 놓은 이유는 플레이어의 스케줄링을 도와주기 위한 장치라는 것이 내 예상이다. 게임을 플레이할 시간이 5분 정도일 때, 20분 일 때, 1시간 이상일 때, 각각의 경우에 적합한 활동이 무엇이고 얼마나 할 수 있는지 예측이 가능하게 해주는 것이다. 또한 어려운 것과 쉬운 것을 번갈아 가며 원하는 대로 골라 할 수 있다는 것은, 비슷한 시간과 집중도를 요구하는 것을 반복해서 해야 하는 것보다, 플레이어가 집중을 유지하기도 쉽고 원하는 대로 페이스를 설계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전투 옵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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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전투 측면을 보자. 아래는 의 전투에서 제시되는 선택지들이다.

  1. 직전 회피 / 패리
  2. 자세
  3. 망령 무기

맨 위는 상당한 플레이어 스킬을 요구하지만, 그야말로 모든 상황에서 무적의 해법이 된다. 아래로 내려갈수록 전략이 필요한 대신 별다른 물리적 스킬 없이도 상황 해결이 가능하다. 이런 다단계 구조는 플레이어의 스킬 수준에 따른 난이도 조정의 역할을 해 주기도 하지만 (컨트롤이 자신있으면 패리 위주 진행, 자신이 없으면 망령 무기 위주 진행) 전투 도중 집중해서 패리를 하다가 피곤해지면 망령 무기를 던지고, 너무 지루해지면 다시 패리를 시도하는 등 플레이어 주도의 페이스 설계가 가능하게 해주기도 한다.

이 전투 옵션 구성은 게임의 중심 내러티브와 엮이면서 약간의 혼란을 주기도 하는데, 플레이어가 상정한 주인공의 가치관에 따라 칼만으로 승부하거나 망령무기를 자유롭게 쓰거나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할 것 같은 착각을 주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런 선택이 게임 내러티브에 영향를 주는 것은 전투 옵션의 측면에서는 한 방향을 강제로 금지하는 것과 같은 부작용을 낳을 수 있고, 도 그런 선택을 하지는 않았다. (날씨만 변한다) 하지만 그런 착각을 하게 만드는 것도 그다지 좋은 접근은 아니었다는 생각이 든다.

플레이어 주도 경험?

위와 같은 게임의 특징을 봤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표현은 적응형 난이도였다. 물론 적응형 난이도라는 표현은 보통 게임 내의 스테이트 변화로 플레이어의 스킬 레벨에 대응하는 것이고 위처럼 여러 종류의 선택지를 제시하는 것을 뜻하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가볍게 자유도라고 부르기에는 일반적으로 자유도 높은 게임들이 추구하는 ‘동사’의 확장과는 목적이 다소 다르다. 굳이 부르자면 ‘플레이어 주도 경험(또는 게임플레이)’이라고 부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의 이 접근법을 뭐라고 불러야 할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때그때 플레이어의 상태에 따라 최적의 게임 경험을 스스로 찾을 수 있도록 해주는 구성은 다른 많은 장점과 함께 이 게임의 경험을 좋게 만든 결정적 요인 중 하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