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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아우터 와일드 리뷰

는 평범한 한국 게임 회사에서 평범한 한국 게임을 만드는 사람이 업무상 레퍼런스로 찾아볼 만한 게임은 결코 아니다. (그래서 이런 게임을 하는 동안에는 살짝 자괴감이 들기도 한다. 일과 취미가 같을 때 생기는 비극이다) 이 게임에 대해 찾아보면 루프 물 장르를 채용한 내러티브 게임이라는 나름 참신한 소개를 찾아볼 수 있고, 나 역시 같은 이유에서 호기심을 느끼고 이 게임을 구매하게 되었다. (같은 이유로 , , 도 플레이할 게임 후보에 들어 있는데, 그러고 보면 막 그렇게 참신한 소재인가 싶기도 하고…) 내러티브 중심 게임인 만큼 스포일러 우려도 있고, 언제나 그렇지만 이제 겨우 7시간 정도 플레이한 상태에서 쓰는 첫인상이라, 이번에는 방식을 살짝 바꿔서 게임을 플레이하기 전 느꼈을 법한 궁금증에 대한 답을 하는 형식으로 써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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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어떤 게임인가요?

장르로 보면 워킹 시뮬레이터에 가깝다. 플레이어는 스스로 동기를 부여하여 월드를 돌아다니면서 단서를 모으고 결말에 도달한다. 단서를 가로막는 장애물은 우주 비행선 시뮬레이터에서와 같은 3D 환경에서의 컨트롤과 약간의 플랫포머 스킬을 요구하는 퍼즐 정도다. 사실 우주선을 조종해 조그만 구형 행성들로 이뤄진 미니어처 태양계를 이동하는 경험은 완전히 심리스하며 이런 종류의 게임에서 기대한 수준 이상의 즐거움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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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테면 이런 퍼즐이다.

정말 루프물인가요?

답은 ‘아니오’다. 적어도 다른 매체에서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의미에서라면. 일반적인 루프 물은 상황이나 시간을 반복하면서 새로운 시도를 통해 가능성과 선택지를 넓혀나가면서 답이나 결과에 도달하는 것이 기본적인 구조라고 생각한다. 는 타임아웃이 있는 세션을 반복하는 오픈월드에 가깝다. 플레이어가 할 수 있는 행동은 처음부터 모두 개방되어 있고, 모든 장소에 갈 수 있다. 플레이어의 대사를 포함, 루프를 반복할 때 변화하는 것은 지극히 제한되어 있다. 그렇다면 왜 루프 물의 구조를 택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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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게임에서 가장 많은 변화가 일어나는 곳. 플레이어가 알아낸 정보가 기록되는 ship log.

워킹 시뮬레이터라면 지루하지 않나요?

추측이지만, 이 부분이 바로 루프 물이라고 포장된 타임아웃 세션을 도입한 이유라는 것이 내 생각이다. 일반적인 워킹 시뮬레이터라면 게임오버가 존재하지 않는다. 그뿐 아니라 게임 내에서 뭔가 긴장을 유발할 만한 계기가 거의 전무하다. 당연하게도, 그런 요소들은 내러티브를 음미하고 게임 환경에 몰입하는 데 방해가 되기 때문. 그렇다면 방해가 되지 않는 수준의 긴장감을 주는 건 어떨까? 에는 진실을 밝혀낼 수 있는 시간이 제한되어 있다. 시간이 다 지나면? 다시 출발점으로 돌아오기는 하지만 다시 그 장소로 가서 계속 정보를 찾을 수 있다. 위험스러운 협곡에서 떨어지거나 우주복이 찢어진 채 외우주로 떠내려가 버린다면? 상관없다. 당신은 죽은 것이고 출발점으로 돌아와 다시 시작하면 된다. 이런 약간의 스트레스를 피하고자 당신은 제한된 조건 내에서 최선을 다하지만, 실패의 페널티는 크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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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자주 보게 되는 화면.

스토리는 재미있나요?

이건 첫인상으로 평가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닌 것 같고, 나 역시 BAFTA Games Awards Best Game로 선정한 심사위원들의 안목을 믿고 있는 상태다. 지금까지 경험한 바로는 스토리 장르는 약간 진지한 SF에 가까우며 이런 장르 게임들이 약간 그런 경향이 있듯 소박한 매력이 느껴졌다. 대부분 내러티브 중심 게임들은 이 이야기를 플레이어 자신의 이야기로 여기게 만들기 위한 빌드업에 공을 들여야 하는데 이 게임은 그런 부분에서 불친절하면서도 결과적으로 편리하게 해결되어 보인다는 점도 특징이다. 진실을 밝혀내지 못하면 태양계가 멸망하고 내가 죽는데! 나를 살리려면, 그리고 이 루프 지옥에서 빠져나가려면 이 스토리를 다 알아내야 하는데! 내 이야기라고 느끼지 않을 도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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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내러티브는 벽에 쓰인 외계어 번역으로 입수한다.